# 이 호구의 이야기를 포스팅했는데 다시 수정해서 올리고 있다. 원래 인생의 후반전 이야기는 2년 전부터 나 스스로에게 써왔던 내용이 있었다. 이 호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나아갈까 고민하다가 고민만 늘어나고 썰만 푸는 것 같다.
이 호구는 작년 11월부터 일을 쉬고 있다. 한두 번 백수의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우울하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결혼은 거의 포기한 채로 반세기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고민한 적도 많았는데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강퇴당한 삶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벌어 놓은 것은 쥐뿔도 없고, 머리가 좋아 아이디어가 팍팍 솟아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며, 당장의 계획이 장밋빛처럼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점점 세상은 무섭게 잡아먹으려 달려드는데 내 삶의 후반전 휘슬은 울렸는데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 호구반성 - 1. 한 번 꼬이면 계속 꼬인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내 안에 있다.
몇 해 전에도 백전노장의 실업자가 되면서 생각도 많은데 힘든 고비까지 겹쳤었다. 열심히 살아도 '모이지 않는 게 돈이더라'. 그렇지 않은가? 사업하다 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흥청망청 계획 없이 써본 적도 없는데 박봉도 박봉이지만 허리띠 졸라매며 살아도 쉽게 모이지 않는 것이 '돈'인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궁할 만큼 위협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지만 중년이 되면서 제대로 한방 맞으니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비록 혼인은 못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있느라 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고,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면서 과거사를 풀었는데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만 뽑아서 했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을 것이다. 직장도 참 많이 옮겨 다녔다.
수원에서 오래 살았지만 오랜 직장 생활을 한 것은 오히려 서울이었다. 허투루 일을 하지 않아서인지 같이 일하자면서 데려가니 이력서를 제대로 써본 적은 별로 없다. - 지금의 생각이지만 순딩이라 이용해먹기 딱 좋아서 그런 것 같다 -
부동산 카테고리에서 이야기 했지만 서울의 생활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가 올라오게 되니 서울의 생활은 정말 외로웠다. 친구도 있을 턱이 없고, 대학 시절 동기들이 서울 친구가 많았어도 군생활 및 유학생활 이후라 연락처가 다 끊어졌고 또 사회에 나와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니 참 바쁘게 살기도 했던 것 같았다.
중간에 한 번 삶이 꼬이기 시작하니 계속 꼬이는 듯하다. 뜻하지 않게 여러 직종의 일을 경험하긴 했지만 8년 이상을 한 것은 휴대폰 대리점 업무다. 통신 3사(SK, KT, LG)에 인터넷전화까지 전산은 다 만져봤고, 주로 정산 및 업체도 관리했으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업무는 영업 빼고는 다 해봤고 어려울 것이 없었다. 다만 나의 눈은 부동산을 향해 있으면서도 과연 이 회사를 나가게 된다면 하는 가정 하에 관심 있는 직업군을 찾았는데 그것이 무역 및 유통 분야였다.
나름 인맥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정보도 얻고 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5가지의 오더를 가지고 직장에 묶여서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시간 약속도 미팅도 하기 힘들고 같이 진행하던 동생과 계속 일을 만들어 나가야 했는데 계속 맡길 순 없어서 사표를 던졌다. - 당시에 총괄을 하다 보니 계속 놔주질 않아서 브리핑을 하고서야 나오게 되었다 -
다른 사람들은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 하겠지만 사람이 헤어질 때도 마지막을 깔끔하게 해야 후일에 만나더라도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다. 사람이 사는 그 바닥은 생각보다 좁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 한 달 후에 그 오더는 모두 하나 같이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준비가 모자란 것도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일의 성사가 잘 되질 않았다. 뻐꾸기가 그렇게 많았다는 것을 왜 그땐 몰랐을까?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이 약점을 파고들어 뒤통수치는 뱀 같은 놈을 만나고 말았다. 다들 알겠지만 나이 먹은 상태에서 재취업이 그리 쉽지 않다. 희생해야 하는 것도 많아지고 당시에 서울에서 용인 집으로 내려왔었다. 다시 서울로 갈 땐 용인 집을 정리하고 가기 위함이었는데 그 사악한 뱀이 어느새 발을 감고 있었다.
3명의 주주로써 법인을 운영하자는 제의였고 영업이사도 소개시켜주었다. 이 영업이사는 지금도 형, 동생 하며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는데 이 형도 계속 꼬여있다. - 일을 시작하자마자 사고 나서 다치고 깁스하고 - 제대로 꼬인 것은 이 형과 내가 이 뱀 같은 놈을 만나고부터였던 것 같다. 대표로 앉았다가 제대로 뒤통수 맞아서 고생했으니까.
이 일이 완전히 끝난것은 2019년 10월 11일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끝낼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형사고소까지 진행하고 합의도 하고 그랬지만 그 이후에 또 문제가 터져서 골머리를 썩혔었다. 합의를 한 이유도 계속 소송 진행되면 직장 눈치가 보여서였다. 이 회사도 오래 다니진 못했다. 예전 직장에서 알게 된 친구가 도와달라고 해서 소개받은 회사였다. 험한 일을 겪은 후라 그런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냈고 3개월 후에 그 친구는 아예 팽 당했다. 같은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난 그대로 다닐 수 있었으나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옮길 결심은 이미 했던 터였고 유통을 같이 준비했던 동생의 연락에 바로 옮겼다.
이 동생도 3개월을 다니면서 제대로 된 회사인지 확인하고 불러들였는데 "하하하!" 헛짚었던 것이었다. 졸지에 녀석과 나는 또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 법인을 만드는 오더를 받았고 그 법인 안에서 실무진으로써 일하기로 해서 다행히 공백이 없이 자연스럽게 옮겼는데 기껏 한 달 동안 한 일이 허사가 되었다. 이 주주들이 서로 이익을 많이 갖겠다고 싸우는 바람에 법인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백지화되면서 일 한 대가인 한 달 월급은 받았지만 집에서 손가락을 빨아야 했다.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 당시 모아둔 돈은 있었고, 주식계좌에도 1천만원으로 굴리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놀고 생활비가 들어도 반년 이상은 버틸 수 있다고 계산했는데 어머니의 가슴 수술을 해야 했다. 암으로 번질 수 있는 혹이 생겨서 했는데 이 시술이 비급여라 상당한 금액이 들었다. 떼어낸 것만 50개 이상이니 여하튼 암이 아니니까 안심할 수 있었지만 나의 잔고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얼마 있지 않아 어머니가 산책 중에 넘어지셨다가 손목이 뽀사졌다.
정말이지 설상가상이 왜 있는 말인지 실감이 났다. 당시 아버지는 그냥 수년째 놀고 계신터라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지 오래되셨다. 고비 때마다 사고를 치셔서 병원만 여러 번 입원하셨고 나를 미치게 하는데 일조를 하셨다.
정말로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잔고 "0원"을 찍었다. '0원'은 그냥 마이너스다. 진짜 깜깜하고 한숨이 나왔다. 몰아쳐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야? 하는데 그때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저축성 보험으로 순진해서 전화계속 듣다가 신청했던 보험이다. 혜택이 거의 없이 저축만 하는 그런 보험...
잔고가 마이너스인데 지금 보험 더 들라고? 염장 지르나? 이런 생각에 가입하라고 하면 큰 소리 내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상담원은 구세주였다. 내가 들어놓은 그 보험에서 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만기 시에 쓴 만큼 차감되는 것이므로 인출한 금액을 다시 넣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 2개월 생명연장이다. -
# 호구반성 - 2. 무조건 달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방향을 잡고 달려야 한다.
그 많은 시간동안 열심히 달려왔어도 내게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무엇이든 얻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여기에서의 함정은 '무엇이든'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원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항상 노력의 결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노력의 결실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분야가 스포츠 분야일 듯하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을 보자. 간접적으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해준 그들의 땀과 노력, 그들은 말한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방향성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들의 방향은 한 곳이다.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선택권을 하나만 놓고 달린다. 또한 그 정글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는 그들을 면면히 보면 '노력하는 천재'다. 똑같이 둔재가 노력한다고 그런 성과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성과가 나오는 시간이 다르기도 하다.
방향성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좌절감' 또는 '삽질'로 돌아오기도 한다. 즉 '무엇이든'에는 '보상'이 올 수도 있고 '좌절감'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반드시 노력의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 그냥 노력으로는 결국 헛된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것을 늦게 깨달을수록 그 후유증은 엄청난 것이다. 이 호구가 그랬으니까.
좋아하는 것, 적성 이런 것 없이 일 자리가 잡히는 대로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집을 마련하는 이유로 어떻게든 벌어야 했으니까 그랬고 서울로 와서 정착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서울의 아파트 값은 버거웠고 그야말로 월급모아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경매도 공부해봤고, 주식도 하게 되었다. 주식에서 손을 빼면서 가상화폐도 손을 대었고 하지만 그때마다 한 번 꼬인 것이 계속 꼬였는지 일하다가 백수가 되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미련하게 원망하고 그럴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월급쟁이의 문제는 직장에 묶여서 수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직장안에서의 안일함과 열심히 하면 그만한 대가는 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이내 절망감을 가져다준다. 일 잘하는 것보다 손을 잘 비비는 놈이 승리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당해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겨우 2개월을 연장할 수 있었을 뿐, 능동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쉽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내 삶은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속칭 현타가 온다고 할까? 2개월 연장해도 시간은 순식간에 나를 외면하고 지나갔고 어머니의 쌈짓돈까지 생활비로 나가게 되었다. - 주식은 그대로 있었으나 최대한 버티려고 했다 - Cf. 다시 생각해보니 이때 주식은 없었다. 코인으로 갈아타고 코인도 박살 난 후라 더 이상 현금이 없었다.
이때 문래동에 있는 '샤넬 물류창고'에 다행이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회 초년 시절 용인에서 보세창고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배정받은 곳이 샘플을 취급하는 곳이라서 제품도 무거운 것은 없었다. 게다가 주급으로 받았기 때문에 급한 대로 막을 수 있는 건 다 막을 수가 있었다. 몸이 힘든 건 딱 하나 '무릎'이 망가질 확률이 있었다. 샘플이다 보니 수 백가지 중에 전표에 따라서 거래점으로 분류해서 나가는데 전표 하나 들고 도는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를 수십 번을 반복해야 했다. 2명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시즌 준비를 위해서 일용직이 3~4명까지도 동원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다.
그놈의 또 지긋지긋한 그러던 어느날!! 야근까지 할 정도로 바빠서 일주일 동안은 야근을 해달라고 했다. 살짝 발에 통증이 왔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도 잊기 힘들다. 금요일 저녁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버스에 내려서 집에 가는 그 5분이란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부어오른 상태였고 파스를 붙이고 잠잠해지나 했더니 주말 아침에는 아예 발을 땅에 대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에 생고생을 했다. 근처 정형외과에 가는 데 정상 속도라면 5분도 안 되는 곳을 30분 동안 끙끙대며 갔다. 너무 아파서 한 발로 껑충껑충 뛰기도 했는데 뛰게 되면 그 흔들림으로 고통은 또 가중되었다.
여하튼 이를 악물고 병원에 도착했다. 깁스를 해야했다. 그리고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물류 현장이다 보니 깁스를 하면서 오랫동안 버틸 수가 없다. 두 달 했었나? 기간이 짧아서 기억도 제대로 나질 않는다. 게다가 병명이 황당했다. 통풍과 류마티스가 급성으로 동시에 왔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내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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